팬이 먼저 만들었다
스페드업은 팬이 먼저 유행시켰고 음반사는 뒤늦게 공식 음원으로 냈다. 이제는 팬이 직접 음악을 바꾸는 기능에도 돈이 붙는다. Hook과 Suno, Spotify가 팬에게 얼마를 받고 권리자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주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같은 걸 만들면 누구의 허락부터 받아야 하는지 정리했다.
한동안 틱톡에서 뜬 노래는 원곡보다 빠른 게 많았다. 누군가 곡의 속도를 올려 올리면 다른 이용자가 그 소리를 영상에 붙였다. 팬이 먼저 만들고 퍼뜨린 스페드업(sped-up) 음원이다. 음악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바뀐 곡이 원곡을 알리기도 했다.
음반사도 곧 따라갔다. 2023년 2월 워너뮤직코리아는 허밍어반스테레오의 2004년 곡 '바나나 셰이크'를 스페드업 버전으로 공식 발매했다. 피프티피프티의 'Cupid'도 틱톡에서 빠른 버전이 인기를 얻자 2023년 4월 정식 음원이 나왔다. 아일릿은 2024년 4월 데뷔 미니앨범의 네 곡을 모두 빠르게 편집한 별도 EP를 냈다. 팬이 알아서 만들던 변형을 이제 음반사가 정식 상품으로 판다.

여기까지는 음악 산업이 늘 하던 일이다. 팬 사이에 뜬 걸 찾아내 공식 음원으로 내고 스트리밍으로 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들어오면서 업계가 묻는 질문이 달라졌다. 팬이 만든 결과물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팬이 직접 음악을 바꾸는 과정에도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대가를 받을까?
듣는 데 내는 돈과 만드는 데 내는 돈
음악을 들으려고 돈을 내는 건 이제 흔하다. 만들려고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AI 음악 생성 서비스 Suno는 2026년 2월 유료 가입자 200만 명, 연간 반복매출(ARR) 3억 달러를 발표했다. 음악 제작 도구에도 상당한 유료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Suno의 성장만 보고 팬 리믹스 시장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다. Suno 이용자는 원곡이 없는 새 노래를 만드는 데도 돈을 낸다. 좋아하는 가수의 기존 곡을 바꾸려고 얼마를 낼지는 다른 문제다.
이 수요에 좀 더 가까운 자료가 있다. MIDiA Research가 미국의 16~19세 응답자에게 물었더니 51%가 팬이 좋아하는 작품을 리믹스하거나 새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79%는 가사 바꾸기, 음향 효과 넣기, 속도 조절처럼 조사에서 제시한 오디오 변형 기능 가운데 하나 이상에 관심을 보였다. 조사에 참여한 타티아나 치리사노는 이런 욕구가 특히 열성 팬에게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보고 싶다는 답과 매달 돈을 내겠다는 답은 다르다. 미국 청소년의 응답을 한국의 K팝 팬덤에 그대로 갖다 붙이기도 어렵다. 이 조사로는 시장 규모를 알 수 없다. 음악을 듣고 난 다음에 팬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만 보인다.
스페드업이 퍼진 과정도 마찬가지다. 팬은 노래를 듣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속도를 바꾸고 좋아하는 구간을 잘라 영상에 붙인 다음 다른 팬에게 보여줬다. 결과물의 음질이나 완성도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 방식대로 다뤄봤다는 만족이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 제작 기능을 팬 서비스로 봐야 한다.
계약은 늘었지만 허락받은 범위는 제각각이다
메이저 음반사와 AI 음악 기업의 관계도 달라졌다. 한쪽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2025년 하반기부터 기존 음악을 쓰게 해주는 계약이 빠르게 늘었다.
| 발표 시점 | 당사자 | 계약의 중심 내용 |
|---|---|---|
| 2025년 10월 |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Udio | 소송 합의, 라이선스 기반 음악 생성 서비스 개발 |
| 2025년 11월 | 메이저 음반사 3곳과 KLAY | 허가받은 음악을 활용하는 AI 모델과 인터랙티브 음악 서비스 |
| 2025년 11월 | 워너뮤직그룹과 Suno | 소송 합의, 아티스트 참여형 AI 음악 모델과 서비스 |
| 2026년 5월 | UMG와 Spotify | 참여 아티스트 곡으로 팬이 커버와 리믹스를 만드는 기능 |
| 2026년 8월 | Merlin과 Spotify | 독립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참여 확대 |
| 2026년 8월 | BMG와 Suno | 음원과 음악저작물의 활용, 아티스트 동의 및 보상 |
| 2026년 8월 | Kobalt와 Spotify | 작곡가와 퍼블리셔 측 권리 확보 |
| 2026년 8월 | UMG와 Hook | 공식 음원을 활용한 팬 제작물의 소셜미디어 공유 |
| 2026년 9월 | Believe와 TuneCore와 Suno | 참여한 독립 아티스트의 음악을 AI 모델과 신규 제품에 활용 |
| 2026년 9월 | UMG와 ElevenLabs | 참여 아티스트의 곡으로 리믹스와 매시업을 만드는 신규 플랫폼 |
계약이 많아져도 준비하는 사업은 제각각이다. 나눠서 봐야 한다.
Suno와 Udio는 원래 AI로 새 음악을 만드는 서비스다. 여기에 음반사와 맺은 계약을 얹었다. KLAY는 처음부터 허가받은 음악으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듣는 사람이 음악에 직접 손대게 하는 서비스를 구상해 왔다. Spotify와 ElevenLabs는 기존 아티스트의 음악을 팬이 바꾸도록 하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Spotify는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따로 파는 유료 기능이라고 밝혔다.
앞선 사례로는 Hook이 가장 가깝다. Hook은 이미 공식 음원을 편집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새 곡을 통째로 생성하는 AI 서비스와는 다르다. 그래도 팬이 남의 음악을 바꿔보는 데 돈을 낼지를 Hook이 먼저 시험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사업성을 계산할 때 필요한 숫자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음반사에 주는 선급금이 있는지 구독 매출을 나누는지 생성 횟수나 공유 횟수에 따라 정산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과 그 사업이 돈이 되느냐는 아직 따로 봐야 한다.
Hook이 먼저 보여준 것
Hook이 2026년 8월 UMG와 발표한 계약은 모델 학습에 그치지 않는다. 팬이 UMG의 공식 음원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허락된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하는 계약이다. 두 회사는 발표에 앞서 2년 가까이 협력했다. UMG 아티스트의 캠페인 30건 이상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이용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Hook에서는 노래의 특정 구간을 골라 편집하고 두 곡을 섞거나 음향 효과와 영상을 더한다. 앱 설명에 따르면 참여 아티스트의 공식 음원 100만 곡 이상을 제공하며 무료 기능 외에 유료 구독인 Hook Premium을 운영한다. 미국 앱스토어에 표시된 월 구독료는 7.99달러다. 유료 이용자는 제작 횟수 제한이 느슨해지고 고급 편집 기능과 워터마크 없는 공유를 쓴다. 다만 앱에 표시된 수록곡 수와 기능은 회사의 설명이다. 유료 전환율이나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권리자가 쥔 선택권을 눈여겨볼 만하다. UMG의 발표에 따르면 아티스트와 권리자는 어떤 곡을 열어줄지, 어떤 편집을 허용할지, 만든 콘텐츠를 어느 채널에 공유할 수 있을지 결정한다. 리믹스, 효과 추가, 영상 클립 제작 같은 기능도 하나씩 켜거나 끈다. Hook은 각 제작물의 사용 내역을 추적하고 권리자에게 돌아갈 대가를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정산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이 방식은 사용자가 무엇이든 만들어도 된다는 약속과 거리가 멀다. 권리자가 허락한 곡으로 허락한 방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허락한 곳에 공유하는 서비스다. 대신 그 범위 안에서는 팬이 결과물을 밖으로 꺼내 친구들과 나눈다.
그러니 팬 리믹스의 제작 과정에 값을 매긴 서비스가 아직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Hook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만 Hook의 음악 편집 기능을 Suno 같은 생성형 AI 음악 제작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이미 답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팬이 반복해서 쓰고 돈을 내느냐를 확인할 차례다.
만들게 하면서 다운로드는 막는 이유
기존 AI 음악 서비스는 반대로 움직였다. 음악을 만드는 기능은 그대로 두면서 파일을 밖으로 꺼내는 권한에 제약을 걸기 시작했다.
Udio는 2025년 10월 UMG와 합의한 직후 음원 다운로드를 중단했다. 이용자들이 반발하자 기존 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기간을 11월 초 48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열었다가 다시 막았다. 서비스 안에서 만들고 듣는 것은 되지만 파일을 따로 보관하거나 밖에 뿌리는 데는 제약이 생겼다.

Suno도 2026년 9월 3일부터 다운로드 규칙을 바꿨다. Pro 이용자는 월 20곡, Premier 이용자는 월 60곡을 내려받는다. 추가 다운로드를 사도 되고 전문 제작 도구인 Suno Studio에서의 작업은 이 제한을 받지 않는다. 같은 곡을 다시 내려받아도 횟수를 중복으로 깎지 않는다.
여기서 소유권과 이용 권한은 구분해야 한다. Suno는 유료 구독자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Suno가 보유한 권리를 이용자에게 넘긴다는 약관을 유지한다. 다만 정해진 절차로 다운로드하지 않은 결과물은 상업적으로 쓰지 못하게 했다. AI로 만든 음악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도 이 계약상 권리와는 별개다. 그러니 Suno가 이용자의 곡 소유권을 모두 빼앗았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 서비스 | 만들 수 있는 것 | 외부 공유와 이용에 관한 공개 정책 |
|---|---|---|
| Udio | AI 음악 생성 | UMG 합의 이후 음원 파일 다운로드 중단 |
| Suno | AI 음악 생성 및 편집 | 유료 이용자 다운로드 횟수 제한, 정상 다운로드한 곡의 상업적 이용 허용 |
| Hook | 허가된 공식 음원의 편집, 매시업, 영상 제작 | 권리자가 허용한 범위에서 소셜미디어 공유 가능 |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권리자가 원치 않는 데까지 음악이 퍼지는 걸 막고 어디서 쓰이는지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해진 횟수만큼만 내려받게 하면 외부 유통을 관리하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실제 계약에서 다운로드 횟수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계산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니 다운로드 제한을 라이선스 비용을 아끼려는 수로 단정할 수 없다.
팬이 음악을 바꾸는 재미를 느꼈더라도 결과물을 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모든 음원 파일을 자유롭게 뿌리게 열어주기도 쉽지 않다. Hook과 Suno는 그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파일 소유와 소셜미디어 공유와 상업적 발매를 하나의 권한으로 묶을 필요는 없다.
팬에게 받는 요금과 권리자에게 주는 돈은 다르다
이제 돈의 흐름을 따져볼 차례다. 팬에게 받는 요금과 음악 권리자에게 주는 돈은 서로 다른 계약에서 정한다.
팬에게는 월 구독료를 받는다. 기본 편집은 무료로 열어두고 고급 효과나 제작 횟수, 워터마크 제거에 돈을 붙여도 된다. 그러나 플랫폼이 권리자에게 치르는 대가는 정액 사용료일 수도, 최저보장금에 매출 배분을 더한 형태일 수도, 이용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AI 리믹스 계약의 요율을 어느 한쪽이라고 짐작해서는 안 된다.
음악을 쓰는 다른 플랫폼의 선례는 참고할 만하다. 유튜브의 Creator Music에서는 수익배분 조건이 붙은 음악을 영상에 쓰면 업로더의 광고 수익 몫이 줄어든다. 공식 도움말의 예시에서는 일반적인 55% 수익배분율이 음악 한 곡의 권리 비용을 반영해 25%가 된다. 이 25%를 고정 요율로 읽으면 안 된다. 계산하는 방법을 보여주려고 든 숫자다.
트위치는 2024년 DJ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주요 음반사와 독립 음원 권리자로부터 라이브스트리밍에 필요한 허락을 받았다. 수익을 내는 DJ가 부담하는 음악 사용 비용은 대체로 트위치와 DJ가 반씩 나누도록 설계했다. 기존 DJ의 수입이 갑자기 줄지 않도록 첫해에는 보조금도 줬다.
두 사례에서 돈을 나누는 쪽은 이미 영상이나 방송으로 버는 창작자다. 팬 리믹스는 사정이 다르다. 좋아하는 노래를 바꿔 친구에게 보내는 팬에게는 나눠줄 광고 수익이나 후원금이 없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결과물로 번 돈의 몇 퍼센트를 받느냐보다 제작 기능에 얼마를 낼 만한지가 먼저다.

국내 팬덤의 홈마 활동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팬은 공연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잘 나온 사진을 골라 편집해 다른 팬들과 나눈다. 일부는 사진집이나 응원용 상품을 만든다. 이 활동에 드는 시간과 장비값은 그냥 음악을 듣는 것보다 훨씬 크다. 팬이 좋아하는 대상을 소재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 자체에 상당한 노력을 들인다는 뜻이다.
홈마가 찍은 사진이 매번 소속사와의 수익배분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 활동이 음반 산업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 공연을 보러 가고 앨범을 사고 팬들과 사진을 나누는 일이 한데 얽혀 있다. 팬이 만든 결과물에서 사용료를 받는 길 말고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홈마의 사진에 관한 저작권이 촬영자에게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진의 상업적 이용까지 자유로워지지는 않는다. 초상이나 상표를 쓸 때는 다른 권리가 문제 된다. 홈마 활동이 공연과 음반 소비를 얼마나 늘리는지 확인된 수치도 없다. 그러니 홈마를 AI 리믹스에 그대로 옮길 라이선스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팬이 얼마나 만들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는 게 맞다.
사용료를 정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권리자에게 줄 돈을 꼭 생성 한 건마다 계산해야 할까? 기존 음악 산업에는 다른 방법도 있다.
노래연습장은 방 수나 영업장 규모를 기준으로 음악 사용료를 매긴다.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이용자가 개별 결제를 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물론 노래연습장은 오랫동안 별도의 징수 규정과 권리 처리 구조를 만들어온 업종이다. 이 요율을 AI 서비스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실제 재생 횟수 외의 기준으로 음악 이용 대가를 정할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샘플 라이선스 플랫폼 Tracklib은 또 다른 사례다. 구독 요금제에서 이미 권리가 정리된 음원을 골라 샘플로 쓴다. 값은 회사가 요율표로 공개해 뒀다. 카탈로그의 90%가 넘는 C등급은 샘플 사용 허가에 50달러가 든다. 수익 배분은 샘플 길이로 갈려서 2초 이내면 2%, 15초 이내면 10%, 60초 이내면 20%다. A등급은 허가비가 1,500달러고 배분도 최대 35%까지 올라간다. 월 8.99달러인 CREATE 요금제를 쓰면 허가비가 없어지고 배분만 남는다. 여기서는 쓰기 전에 비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 요율의 높낮이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원곡을 몇 초 썼는지만 재면 AI 리믹스 사용료가 곧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원곡의 일부를 직접 잘라 붙이는 샘플링과 AI가 원곡의 요소를 바꿔 새 음원을 만드는 작업은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원곡이 쓰였는지 기존 마스터 음원이 들어갔는지 결과물이 어디에 공개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AI 리믹스 플랫폼이 검토할 방식은 여럿이다. 먼저 정해진 곡 목록에 대해 일정 기간 이용을 허락받고 구독 매출을 나눌 수 있다. 곡과 기능별로 별도의 요율을 정해도 된다. 개인 감상은 기본 허락에 넣고 외부 공유나 상업적 발매에 추가 조건을 붙이는 방법도 있다. 어느 방식이 더 싼지는 계약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다만 고객이 무엇을 살지와 권리자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지불할지는 따로 설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누가 허락해야 하나
한국에서 팬 리믹스 서비스를 만든다면 가장 먼저 풀 문제는 AI 기술이 아닐 수 있다. 한 곡을 팬에게 열어주려면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먼저 노래 자체에 관한 권리가 있다. 작사와 작곡에는 저작재산권이 붙는다. 원곡을 편곡하거나 변형할 때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문제 된다. 음저협 등 신탁관리단체가 관리하는 권리의 범위는 개별 계약에 따라 다르다. 모든 변형을 통상적인 스트리밍이나 공연 이용 허락만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기존 음원 파일을 가져다 바꾼다면 녹음물에 관한 권리도 살펴야 한다. 음반제작자와 실연자 등에게 별도의 권리가 있을 수 있다. 목소리를 AI로 재현한다면 음원 이용 허락 외에 아티스트의 동의와 계약상 제한도 따져야 한다.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이라서 재산권을 양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 확인할 대상 | 왜 필요한가 |
|---|---|
| 작사와 작곡 저작재산권자와 퍼블리셔 | 원곡의 이용과 변형에 필요한 권리 범위를 확인 |
| 음반제작자와 실연자 측 | 기존 마스터 음원과 실연을 이용하는 경우의 허락 확인 |
| 원저작자 및 아티스트 | 동일성유지권, 음성 재현, 초상과 이름 사용 등 별도 동의가 필요한 사안 확인 |
| 플랫폼과 유통채널 | 파일 다운로드, 소셜미디어 공유, 정식 발매 등 이용 범위 확인 |
한 곡에 해외 공동작곡가와 여러 퍼블리셔가 얽혀 있다면 절차는 더 복잡해진다. 참여 여부를 누가 최종 결정하는지 일부 권리자만 동의했을 때 쓸 수 있는지 동의를 철회하면 기존 팬 제작물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계약에 써야 한다. 특정 회사가 계약을 맺었다고 그 회사가 관리하지 않는 권리까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 등록 문제는 따로 떼어 봐야 한다. 음저협은 2026년 8월 인간이 실질적으로 창작한 부분에 한해 AI 활용 음악의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기준을 시행했다가 22일 만에 철회했다. 이미 등록한 곡의 취소와 신규 신청의 유보 절차도 발표했다. AI가 들어간 새 곡에서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인정하고 관리할지의 문제다. 남의 기존 곡을 리믹스하도록 허락받는 문제와는 별개다. 두 문제가 맞물릴 수는 있어도 하나를 풀었다고 다른 하나까지 풀리지는 않는다.
국내 음악 기술 기업 뉴튠의 행보도 참고할 만하다. 뉴튠은 국립국악원과 국악 AI 학습용 음원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했고 2026년 5월에는 음악 데이터 교환 표준을 다루는 국제 조직 DDEX에 가입했다. 창작 도구뿐 아니라 음악의 출처와 이용 내역을 관리하는 체계에도 관심을 둔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기술적 준비가 기존 K팝 카탈로그의 리믹스 허락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결국 실제 사용할 곡에 대한 계약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노래를 열 필요는 없다
큰 음반사의 전체 카탈로그를 한 번에 확보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오히려 작게 시작해야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보인다.
가령 한 레이블이 권리관계를 확인한 곡 몇 개를 팬에게 준다고 해보자. 팬은 곡의 속도와 분위기를 바꾸고 좋아하는 구간을 골라 영상을 만든다. 제작물은 플랫폼 안에서 감상해도 되고 미리 허용한 소셜미디어에 공유해도 된다. 정식 음원으로 발매하려면 별도의 허락을 받게 하면 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기능을 모두 열기보다 권리자와 합의한 범위부터 제품에 넣는다.
이때 이용 범위는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 이용 단계 | 팬에게 허용하는 일 | 사업에서 확인할 점 |
|---|---|---|
| 개인 제작 | 곡을 바꾸고 저장해 플랫폼 안에서 감상 | 반복 제작률과 유료 기능 전환율 |
| 소셜 공유 | 정해진 채널에 영상과 짧은 리믹스를 공유 | 공유율, 신규 유입, 원곡의 재생 증가 |
| 상업적 발매 | 별도 심사를 거쳐 다운로드, 유통, 수익화 | 추가 권리 처리 비용과 정산 가능성 |
첫 단계에서는 재미가 충분한지 본다. 같은 팬이 한 곡을 몇 번 다시 편집하는지 고급 효과를 쓰려고 구독료를 내는지 확인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음악이 실제로 팬덤 안에서 퍼지는지를 본다. 공유 횟수뿐 아니라 그 결과로 원곡 재생이나 아티스트 관심이 늘어나는지도 살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권리 처리와 유통 비용이 크니 처음부터 필수 기능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의 계산도 단순하지 않다. 구독료에서 AI 추론 비용과 서비스 운영비, 음악 권리자에게 줄 돈을 빼고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 아티스트는 기존 음원 소비를 깎아먹지 않고 새 관심과 수익을 데려오는 서비스여야 참여한다. 다운로드를 막는 쪽이 답일 수도 있고 제한된 범위의 공유를 적극 허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실제 팬의 행동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Hook은 이 모델을 제품으로 만들어 보였다. Spotify와 ElevenLabs의 발표는 더 큰 카탈로그와 생성형 AI 기능을 묶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다만 돈을 제대로 받으면서 권리자에게도 계속 정산한 사례는 아직 공개된 게 없다.
스페드업의 유행이 알려준 것은 간단하다. 팬은 음악을 듣기만 하지 않는다. 직접 바꿔보고 다른 팬에게 보여주면서 새 유행을 만든다. 음반사는 한동안 그 결과를 공식 상품으로 내놓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팬이 만드는 과정 자체를 서비스로 팔려 한다.
리믹스 기능을 만들 수 있느냐는 이미 답이 나왔다. 팬이 기꺼이 돈을 낼 만큼 재미있으면서 권리자도 기꺼이 곡을 열어줄 조건을 만들 수 있느냐가 남았다. 거대한 AI 모델보다 작은 실험이 먼저 답을 내놓을 것이다. 몇 곡만 이용 범위를 정해 팬에게 직접 써보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