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앨범이다
빌보드가 10월 2일 집계주부터 스마트 미디어 앨범이라는 분류를 새로 만든다. CD 이후 40년 만에 피지컬 항목을 하나 늘렸다. 루미네이트가 승인한 업체 7군데 가운데 2곳이 한국 회사다. 써클차트와 오리콘이 같은 물건을 어떻게 세어 왔나. 새 매체를 만든다면 설계 단계에서 무엇을 못 박아야 하는지까지 정리했다.
상자를 열면 무대가 나온다. 41센티미터짜리를 직접 조립하는 물건인데 부스터 카드팩이 랜덤으로 딸려 있고 30센티 스티커 시트도 한 장 들었다. 독일 밴드 일렉트릭 콜보이의 신보 한정판이고 92.99유로다.

같은 밴드가 13.99유로짜리 카드도 판다. 폰을 갖다 대면 전곡을 들을 수 있고 독점 영상과 미니게임까지 딸려 나온다. 앱을 깔거나 계정을 만드는 절차도 없다.


미국 IYK는 스티커와 티셔츠를 판다. 가슴팍 패치에 폰을 대면 음원을 연다. 에드 시런도 이 회사와 손잡고 상품을 냈다. 스위스 ZATAP은 스카프와 스니커즈에까지 칩을 심는다. 독일 래퍼 reezy가 35유로에 판 상품은 이름이 배틀패스인데 카드를 모으는 모바일 게임이 앨범에 딸려 나온다.

영국 요토(Yoto)는 어린이용 오디오 장난감을 만들던 회사다. 신용카드만 한 플라스틱 조각을 화면 없는 정육면체 스피커에 꽂으면 음악이 나오는데 카드 안에 음원은 없고 번호 하나만 들어 있어서 기기가 그 번호를 읽고 따로 받아온다. 2023년 유니버설과 카탈로그 계약을 맺은 뒤로 퀸,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이 이 카드로 나왔다. 엘튼 존 판은 그가 입었던 무대 의상 4벌을 일러스트로 옮겨 디자인마다 1,000장씩 찍었다.
10월 2일부터 빌보드가 이런 상품도 앨범으로 센다.
10월 2일
빌보드와 루미네이트가 2026년 10월 2일 집계주부터 스마트 미디어 앨범이라는 판매 포맷을 새로 만든다. 1980년대 중반 CD 이후 빌보드가 피지컬 분류에 항목을 더한 게 40년 만이다.
NFC 칩이나 QR코드, RFID, 초음파 신호로 음원과 부가 콘텐츠를 열게 한 상품을 그렇게 부른다. 카드든 레코드든 카세트든 포장 상자든 옷에 달린 태그든 형태는 가리지 않는다. 키트 앨범과 위버스앨범이 딱 여기 들어가는데 루미네이트가 공개한 승인 업체 7군데에도 이 2곳이 들어 있다.
| 승인 업체 | 국적 | 대표 형태 |
|---|---|---|
| KiTbetter | 한국 (뮤즈라이브) | 수집형 박스와 포토카드, 전용 플레이어 |
| Weverse | 한국 (위버스컴퍼니) | 카드형, 팬 계정 연동 |
| Serenade | 영국 (Vinyl Group) | 미니 CD, 미니 카세트, 랜야드, 의류 태그 |
| ZATAP | 스위스 | 형태 제한 없음. 옷, 스카프, 신발까지 |
| IYK | 미국 | 스티커, 의류, 랜야드, 손목밴드 |
| Yoto | 영국 | 전용 플레이어에 꽂는 카드 |
| Totem | 확인 실패 | 공개 정보 없음 |
뮤즈라이브는 2018년에 키트를 냈다. 위버스컴퍼니는 2021년에 위버스앨범을 냈다. 빌보드는 8년 늦게야 같은 칸을 만들면서 명단에 한국 회사를 2곳 올렸다.
빌보드는 0.5장으로 센다
빌보드는 순수 판매 차트에서 한 장으로 세고 빌보드 200에서는 0.5장으로 센다. 빌보드가 한 앨범에 인정하는 UPC 버전은 2개까지다. 루미네이트가 승인한 업체를 거쳐 만들고 팔아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빌보드 차트 부문 부사장 실비오 피에트롤루옹고는 발표에서 이 포맷을 받아들여도 차트를 지탱해 온 집계 기준은 그대로 간다고 했다. 받되 깎겠다는 뜻이다. 사는 사람이 실제로 음악을 듣는지는 빌보드도 아직 결론을 안 냈다.
빌보드가 버전을 2개로 묶으면서 겨냥한 데는 분명하다. 포토카드 종류를 늘려 같은 앨범을 여러 번 사게 만드는 장사다.
써클차트 승인 요건
써클차트에는 같은 칸이 벌써 몇 년째 있다. 이름이 플랫폼앨범이고 협회가 승인한 매체가 13종이다. SMC, 미니레코드, Nemo, 위버스, POCA, META, PLVE, 뮤지콘, LICON, EVER ver, Rising Album, STAYG, hellolive.


새 매체를 여기 올리려면 요건 6개를 채워야 한다.
- 유통사의 피지컬 유통 체인을 통해 유통될 것
- 음반제작사 공식 발매일 것
- 매체에 수록곡 정보를 표기할 것
- 물리 매체를 통해 음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
- 발매 음원이 담길 것
- 트랙리스트가 같으면 한 앨범으로 보되 매체가 다르면 나눠 셀 것
네 번째 요건에는 단서가 3개 달려 있다. 만드는 쪽은 이 3개에서 걸린다. 불특정 다수가 내려받게 두면 안 되고 오프라인에서도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일회성 접속 방식이 아니라 단말기 변경 등의 경우 재접속할 때 계속 필요하여야 한다". 시리얼 코드를 한 번 입력하고 끝나는 상품은 앨범으로 안 쳐준다는 뜻이다. 폰을 바꾸면 그 물건을 다시 대야 연다. 다 만든 뒤에는 손댈 수 없는 조건이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심사비를 받지 않는다. 협회는 써클차트 FAQ에 "신규 플랫폼 매체는 상기 기준에 부합하는지 샘플을 확인 후 승인"이라고 적어 뒀다. 실물을 보내면 협회가 뜯어보고 판단한다.
미국은 상품 자체에 거는 조건을 두지 않았다. 대신 루미네이트가 업체를 7군데만 승인해 놓고 그 문으로만 받는다. 국내는 유통사를 끼고 요건을 맞추면 신생 회사도 뚫고 들어가지만 미국은 그 7군데 안에 들어가거나 그중 하나와 계약해야 한다.
오리콘은 2년 만에 뺐다
일본에서는 2012년 12월에 뮤직카드가 나왔다. 카드를 사서 편의점 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치면 카드 뒷면에 적힌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받았다. 에이벡스가 EXILE 베스트로 첫 발매를 하자 오리콘이 이를 CD 판매량에 합산해 차트에 넣었다.
오리콘은 2년 4개월 만에 이걸 도로 뺐다. 2015년 4월 6일자 집계부터 어떻게 팔든 안 세겠다고 했다. 사고 나서 실제로 내려받는 비율이 음악 패키지로 치기에 너무 낮았다. 수백 엔짜리라 한 사람이 뭉텅이로 사기도 쉬웠다. 그래서 "랭킹의 타당성 및 일반적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다"고 봤다.
당시 일본 시장에서는 종수 늘리기가 한창이었다. 2014년 12월에 섹시존이 33종을 냈고 NMB48은 62종을 예고했다가 접었으며 SKE48은 이듬해 3월에 58종을 냈다. 오리콘 사장 고이케 히사시는 아사히신문에서 "표지만 바꾼 카드를 파는 것이 이용자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오리콘은 2015년부터 세금 포함 250엔 이상 상품만 집계하기로 규정도 바꿨다. 빌보드가 UPC를 2개로 묶어 둔 것도 여기서 배운 조항으로 보인다.
지금 오리콘 집계 대상 목록에 카드형은 없다. 대신 CD, 카세트, 아날로그를 매체 구분 없이 한 앨범으로 합산하고 티켓 특전으로 CD를 끼워 파는 상품은 각각 단품으로도 팔아야 집계한다.
일본이 싼 상품을 차트에서 밀어낸 배경에는 가격 구조도 있다. 독점금지법 제23조 제4항으로 음악용 CD가 정가 유지 허용 품목 6개 안에 들어가 있어서 일본 CD 소매가는 스트리밍 월정액의 2.1배까지 올라간다. 미국, 영국, 독일은 0.9배에서 1.3배 사이다.
증지는 매체를 안 따진다
차트에 잡히느냐와 별개로, 음반을 찍으면 저작권 정산을 한 번 더 거친다. 음저협이 주는 증지를 붙여 내보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인지나 인지대라고 부르지만 규정상 이름은 증지다. 근거는 저작권법 조문에 없고 음저협이 정한 이용계약약관 제8조 제3항에 들어 있다.
음악저작물을 음반, 영상매체 및 출판물 등으로 복제하여 배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용허락을 받아 제작한 제품 2개를 출고 전에 견본으로 납본한 후 배포하되 협회에서 교부하는 증지 등을 각 복제물의 지정하는 위치에 붙인 후 출고하여야 한다.
음저협은 약관에 "각 복제물"이라고만 적어 뒀다. CD인지 LP인지 카드인지를 따지지 않고 복제물 하나를 하나로 센다. 요율도 공급가의 9%라 가격에 붙지 매체에 붙지 않는다. 새 포맷이 나와도 정산 체계를 새로 짤 일이 없다.
다만 그 공급가를 어떻게 잡을지는 아직 아무도 못 정했다. 앨범이 인형이나 키링이나 피규어 형태로 나오면 그중 무엇까지를 음반 값으로 쳐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2024년 말에 업계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고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기준을 검토 중이다.
만드는 쪽 단가
승인 업체 7군데 가운데 단가를 공개한 곳은 2군데뿐이다.
뮤즈라이브의 미국 법인 키트베터는 방식이 2가지다. 위탁으로 가면 최소 수량이 없고 재고 위험도 회사가 진다. 생산, 보관, 200개국 배송, 결제, 고객 응대까지 넘기고 아티스트는 앨범 한 장당 최소 5달러를 받는다. 직접 매입은 30장부터고 30장 기준 장당 9.9달러, 300장이면 7.9달러다. 심포닉 유통 고객은 자기 대시보드에서 바로 신청한다.
세레네이드는 미니 카세트 기준 최소 주문이 500장이고 장당 4.99파운드다. 부가세와 배송비, 아트워크 셋업비가 따로 붙으니 시작 전에 2,500파운드 넘는 돈이 나간다. 회사는 독립 아티스트도 고객이라고 말한다.
ZATAP과 IYK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ZATAP 사이트에는 데모 예약 버튼만 있고 IYK는 웨이팅리스트 등록만 받는다. 2곳 모두 사이트에 거는 사례가 유니버설, 소니, 워너, 휴고보스, 레알 마드리드다.
인디 음악 매체 메이킹 어 신이 기사 2편에서 실제 드는 돈을 계산해 봤다. 첫 생산은 100장쯤으로 잡고 프리오더로 실수요부터 재 보라고 했다. 총원가 11달러짜리를 15달러에 팔아 봐야 손에 남는 건 돈이 아니라 일이다. 빌보드 집계를 포기하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는 말로 맺었다.
실제로 승인 벤더를 거치지 않고도 재고 없이 피지컬을 낼 수 있다. 영국 일래스틱스테이지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바이닐을 한 장씩 찍는다. 최소 수량도 선투자도 없다. 2025년 사운드클라우드와 2026년 어뮤즈가 자사 유통에 이 회사를 붙였다. 다만 차트는 이걸 세지 않는다.
몇 년이나 열리나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에 K팝 팬을 조사했다. 최근 2년간 활동한 팬 중 실제로 CD를 듣는 사람이 5.7%였다. 굿즈를 모으려고 앨범을 샀다는 응답은 52.7%였다. 앨범 한 장에 굿즈가 평균 7.8종 들었고 그중 3분의 1쯤이 랜덤이다. 포토카드가 78종 들어간 앨범도 있었는데 전종을 모으려면 최소 13장을 사야 했다. 루미네이트 조사에서는 최근 1년 안에 바이닐을 산 사람 중 레코드플레이어가 있는 사람이 절반이었다.
오리콘은 2015년에 다운로드율을 문제 삼았지만 재생률로 따지면 CD를 듣는 사람도 바이닐을 트는 사람도 절반을 못 넘는다. 다만 소비자원이 물어본 건 CD라 플랫폼 앨범에 그대로 갖다 붙일 수는 없다.
루미네이트는 스마트 미디어 앨범을 정의할 때 조건을 하나 달았다. 그 물건으로 연 콘텐츠를 내려받거나 남에게 넘기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파일로 떨어지면 앨범으로 안 쳐준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그 대가를 이미 팬들이 치렀다. 위버스앨범은 QR 인증 기간을 발매일부터 1년으로 잡는다. 언제 샀는지는 안 본다. 그래서 발매 2년 뒤에 중고로 산 팬은 실물만 받고 음원은 못 연다. 위버스샵은 2024년 4월에 앱 내 QR 스캔 기능을 유예 없이 종료하면서 거기 걸려 있던 일부 리워드도 보상 없이 없앴다. 키트 앨범은 내부 리튬전지 수명이 다하면 소리가 끊긴다. 케이스를 열고 직접 갈아야 한다. 음원 추출도 막아 놔서 개인 감상용 리핑조차 못 한다.
앱스토어 평점은 키트플레이어가 4.5점, 위버스앨범이 2.1점이다. 별점을 깎은 사람들은 대개 같은 불만을 적는다. 들어갈 때마다 로그인을 다시 해야 하고 QR도 또 찍어야 한다. 예전에 산 앨범은 라이브러리에 안 보인다.
그와 별개로 사람들은 계속 샀다. 예스24 기준 플랫폼 앨범 매출 증가율이 2022년 64.2%, 2023년 60.4%, 2024년 상반기 46.2%였고 같은 기간 CD는 2.5%였다. 10세 미만 구매자 비중이 한 자릿수에서 10% 위로 올라왔다.
K팝은 앨범 포장 쓰레기로 오래 욕을 먹었다. 플랫폼 앨범은 그 대목에서 진짜 답에 가깝다. 포카앨범은 일반 앨범보다 과대포장 부피를 80% 넘게 줄였다고 말한다. 가벼워서 해외 배송비도 적게 든다. 팬이 받는 콘텐츠도 CD보다 많다.
그래도 CD는 30년이 지나도 플레이어에 올리면 소리가 난다. 접속형 포맷은 서비스가 도는 동안에만 듣는다. 그 서비스가 언제까지 가는지는 어느 규정에도 안 적어 뒀으니 결국 산 사람이 떠안는다.
타이니 바이닐

미국 RIAA는 피지컬을 바이닐과 CD와 기타로 나눠 센다. 기타 피지컬이 2026년 상반기에 44.9% 뛰어 전체 피지컬 매출의 2.3%가 됐다. 그 안에 CD 싱글, 바이닐 싱글, 카세트, SACD, DVD오디오가 섞여 있는데 RIAA는 2019년 이후로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안에서 무엇이 자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칩도 앱도 없이 매대에 올린 상품도 있다. 타이니 바이닐은 지름 4인치에 분당 33과 3분의 1로 돌고 한 면에 4분씩 2곡이 들어간다. 15그램이니 12인치 LP의 10분의 1 무게다. 세계 최대 바이닐 공장 GZ 미디어의 자회사인 내슈빌 레코드 프레싱이 찍고 타깃이 독점으로 14.99달러에 판다. 전용 플레이어는 49.99달러, 보관 상자는 19.99달러다.
2025년 11월 미국 전역에 풀린 뒤로 40팀 넘는 아티스트가 타이니 바이닐을 냈다. 회사는 올해 유럽에도 들어갔다. hello82와 손잡고 에이티즈 음반도 냈다.
12인치 쪽은 사정이 다르다. 전세계 프레스 공장은 가동률이 85% 선까지 찼다. 지금 주문을 넣으면 6개월에서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4인치는 소재가 10분의 1이니 그만큼 빨리 받는다. 싱글 하나만 찍어 양판점 매대에 걸 수도 있다. 기존 턴테이블을 그대로 쓰니 기술로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준비한다면
이 상품을 몇 년이나 열 수 있는지는 빌보드도 써클차트도 안 따진다. 그 답은 만드는 쪽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 못 박을 것. 써클 요건의 단서 3개는 다 만든 뒤에 못 고친다. 오프라인에서도 듣게, 함부로 내려받지 못하게, 폰을 바꾸면 그 물건을 다시 대야 열게. 미국까지 볼 거면 승인 벤더 계약이 먼저다.
인증 기간은 구매일부터 센다. 위버스앨범이 발매일 기준으로 1년을 잡는 바람에 중고로 산 팬이 음원을 못 연다. 구매일로 바꾸거나 기간을 없애면 된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서비스를 접을 때를 미리 적어 둔다. 지금은 어느 약관에도 그 대목이 없다. 종료 몇 달 전에 알리고 그때까지 푼 콘텐츠를 어떻게 할지 정해 두면 중고로 사는 사람도 값을 매길 수 있다.
마스터와 비주얼 자산은 벤더 밖에 따로 둔다. 벤더가 문을 닫아도 음원과 이미지가 회사에 남아 있어야 다시 낸다.
한국 회사들은 포장과 유통에서 이미 답을 냈다. 이 앨범의 불확실한 수명에 대한 문제는 아무도 해결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앨범 포장 뒷면에 보증된 사용 기간이 10년이라고 적어 두는 회사가 있다면, 5년 뒤에 중고로 사는 사람은 그 회사 앨범을 고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