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짜리 응원봉, 공연장에서는 누가 켜나?
팬은 응원봉을 4만~5만원에 사고, 콜드플레이 관객은 입장할 때 LED 밴드를 받는다. 두 공연의 객석 화면은 닮았지만, 기기 값을 내는 주체는 다르다. 공연 종류에 따라 번거로운 좌석 페어링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6년을 끈 응원봉 특허 소송, 그리고 콜드플레이 투어 사례를 통해 누가 기기를 사고, 누가 LED를 켜고, 그 값을 누가 내는지 살펴보자.
공연장에서 관객이 든 불빛이 거대한 하트를 그린다. 어떤 공연에서는 팬이 수만원을 주고 산 공식 응원봉이 그 장면을 만든다. 다른 공연에서는 입장할 때 나눠준 LED 손목밴드가 같은 역할을 한다. 완성된 화면은 닮았지만 기기를 마련하는 사람도, 불빛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도, 공연이 끝난 뒤 물건이 남는 곳도 다르다.

그 차이를 한국 대 해외로 나눌 수도 없다. 한국 공식 응원봉도 좌석 등록 없이 작동하는 공연이 있고 해외 업체도 적외선뿐 아니라 무선주파수(RF)로 객석의 조명을 제어한다. 제어 방식의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2026년 6월 끝난 국내 특허 소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객 조명을 사업으로 이해하려면 기기의 소유, 위치 인식, 연출 제어, 비용 부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비슷한 장면, 다른 계산법
관객 수만 개의 불빛을 제어한다고 해서 제어기가 응원봉을 하나하나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 전체에 명령을 보내더라도 수신기마다 다른 반응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불빛이 반응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 팬라이트가 비트로와의 소송에서 권리를 주장한 무선 조명 제어 시스템 특허 제10-1932527호에는 좌석 배치도를 바탕으로 조명 장치를 미리 그룹으로 묶는 구성이 있다. 각 기기의 식별자와 좌석 정보를 서버에서 연결하는 내용도 제1항에 있다. 명세서에 따르면 스마트기기가 조명 장치의 식별자와 스마트기기의 식별자와 좌석 정보를 서버로 보내면 서버는 이를 좌석 배치도에 연결하고 마스터 기기에 완료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연결된 좌석을 바탕으로 특정 구역의 응원봉을 A그룹으로 설정하고 A그룹에는 파란색을, B그룹에는 빨간색을 내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룹별 명령으로 여러 기기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지만 그룹 구성을 공연 전에 고정하면 한 그룹 안에서 서로 다른 도형을 움직이기 어렵다. 실제 표현력은 그룹을 얼마나 세분화하고 어떤 다른 기능을 결합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비트로의 특허 제10-2079694호는 좌석에 대응하는 좌표와 계산 규칙을 활용한다. 공연장 좌석을 가상의 평면 위 위치로 바꾸고 중앙에서 도형을 나타내는 함수와 색상 등의 명령을 보내면 각 응원봉이 자기 좌표를 기준으로 반응 여부를 정한다. 좌표를 미리 저장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매 장면의 대상 집합을 고정된 그룹으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의 PixMob은 또 다른 길을 쓴다. 대표적인 적외선(IR) 방식은 조명기구처럼 적외선을 객석에 투사한다. 지정한 영역에 신호가 닿으면 그곳의 손목밴드가 반응한다. 빛을 비추는 범위를 움직이거나 모양을 가려 객석에 움직이는 패턴을 만든다. 적외선의 방향성을 이용하므로 관객이 자신의 좌석을 입력할 필요가 없다. PixMob은 이와 관련한 미국 특허 US10863607B2를 보유한다.

PixMob도 적외선 방식만 쓰는 회사는 아니다. RF 방식의 Waveband 제품군을 팔며 무선 신호로 관객을 구역별 제어하는 기능도 안내한다. 콜드플레이 투어에서는 적외선 투사와 무선 그룹 설정을 함께 썼다. 손목밴드를 나눠줄 때는 각 밴드가 좌석을 모르지만 공연 중 특정 구역에 적외선 명령을 보내 그룹 정보를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방식 | 조명 대상을 정하는 기준 | 좌석 정보를 팬이 입력해야 하나 | 주요 고려사항 |
|---|---|---|---|
| 사전 그룹 제어 | 미리 정해 놓은 그룹 | 구현과 공연 운영 방식에 따라 다름 | 그룹 경계를 공연 중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 |
| 좌표 및 함수 제어 | 저장된 위치값과 명령에 담긴 계산식 | 좌표 배정은 필요하지만 팬의 앱 입력이 유일한 방법은 아님 | 좌석 매핑의 정확도와 연출 소프트웨어 |
| 적외선 공간 제어 | 신호가 닿는 공간 | 일반적으로 불필요 | 송출기 배치, 가림, 공연장 구조 |
| RF 그룹 제어 | 무선 명령과 기기에 설정된 그룹 | 설계에 따라 다름 | 그룹 설정 방식과 공간별 정밀도 |
조명 장치에 좌석 정보를 연결하는 일과 관객이 앱에서 좌석을 직접 선택하는 일은 다르다. 팬라이트 특허 명세서는 티켓의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좌석에 붙은 NFC 태그를 읽어 좌석 정보를 자동으로 얻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경우 앱에 좌석 배치도를 표시하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기기를 식별번호 순서대로 각 좌석에 미리 배치한다면 관객이 좌석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 자체를 생략할 수도 있다.
좌표를 사용하는 시스템도 운영자가 위치 정보를 미리 넣을 수 있고 무선 그룹 방식을 쓰더라도 공연 운영상 팬의 앱 입력을 요구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조명을 제어하는지와 관객이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공연별로 확인할 문제다.
법원은 완성된 화면을 보지 않았다
팬라이트가 비트로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2026년 6월 24일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끝났다. 팬라이트는 침해금지와 제품 폐기, 약 4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번호는 1심 서울중앙지법 2020가합508241, 2심 특허법원 2021나2087, 상고심 대법원 2024다228104다.
소송 대상은 제10-1932527호 무선 조명 제어 시스템이다. 별도의 공연 연출 특허인 제10-1939627호와는 다르다. 소송 대상 특허는 2015년 출원된 원출원에서 분할된 계열로, 해당 분할출원은 2017년 5월 이뤄졌고 2018년 12월 등록됐다.
쟁점은 정정된 제1항의 미리 설정된 그룹이라는 표현이었다. 팬라이트는 비트로의 시스템에도 결과적으로 같은 색을 내는 응원봉 집합이 있으므로 그룹 제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트로는 좌석마다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값을 저장하고 명령에 따라 그때그때 연출 대상을 계산한다고 맞섰다.
특허법원이 검토한 자료에는 2022년 9월 아이유 잠실주경기장 공연의 통신 정보도 들어 있었다. 법원은 비트로 응원봉이 사전에 고정한 그룹 대신 16개 가상 평면의 좌표 정보를 저장한다는 설명을 받아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하트나 움직이는 원처럼 경계가 계속 바뀌는 연출을 구현한 점도 살폈다. 반대로 팬라이트는 특허 출원과 정정 과정에서, 한 번 묶은 그룹 안의 일부를 공연 중 다른 패턴으로 제어하는 방식 등을 자신의 권리범위와 구분해 설명한 바 있었다.
대법원은 특허의 보호범위를 청구항에 적힌 구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기술 설명과 도면은 청구항을 해석하는 데 참고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권리범위를 넓히지는 못한다. 비트로 서비스에는 해당 정정 청구항의 일부 구성요소가 없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 판결로 비트로의 좌표 기반 구현이 팬라이트의 해당 정정 청구항과 다르다는 점이 인정됐다. 다만 판단 대상은 이 사건에서 다툰 특허와 비트로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이다. 다른 기술을 도입하려는 공연 제작사라면 완성된 연출 영상뿐 아니라 좌석 매핑, 신호 구성, 소프트웨어 구현 방식과 관련 특허의 권리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좌석 페어링은 공연마다 다르다
국내 공식 응원봉은 통상 팬이 구매하는 상품이다. 일부 주요 기획사의 공식 응원봉은 2024년 당시 4만~5만원대에 팔렸다. 공연에서 지정된 색으로 함께 빛나는 경험도 제품 가치의 일부다. 하지만 응원봉을 공연과 연결하는 과정은 공연마다 다르다.
- 2024년 세븐틴 팬미팅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연에서는 공식 앱을 이용한 좌석 페어링을 안내했다. 이런 공연에서는 팬이 회차와 좌석 정보를 정확히 입력해야 좌석별 연출을 온전히 경험한다.
- 2026년 3월 BTS의 광화문 ARIRANG 컴백 공연은 별도의 좌석 페어링 없이 응원봉 전원만 켜면 자동 제어되는 방식이었다. 스탠딩 구역이 있는 야외 공연이었으며 무선 연출 신호가 닿는 범위에는 제한이 있다고 공지했다. 같은 해 유럽 투어의 일부 공연도 페어링 없이 자동 제어한다고 안내했다.
- 반면 2026년 6월 BTS 부산 공연에서는 Ver.4 응원봉의 펌웨어 업데이트와 좌석 페어링을 필수로 안내했다. 현장에는 페어링 서비스 부스도 운영했다. 같은 아티스트가 3개월 사이에 서로 다른 운영 방식을 골랐다.
- BTS 공식 응원봉 Ver.4의 제품 안내 역시 공연별로 페어링 필요 여부를 다르게 표시하도록 설계했다. 페어링하지 않은 기기도 공연 일부 구간에서는 자동 제어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좌석 페어링을 기술이 반드시 요구하지는 않는다. 공연의 연출 방식과 운영 정책에 따라 고르는 선택지다. 등록이 필요한 공연도 있고 전원만 켜면 되는 공연도 있다. 다만 페어링이 없다는 안내가 모든 좌석에서 같은 연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관객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연출 범위까지 알려면 공연별 안내를 살펴야 한다.
운영 방식이 달라도 공식 응원봉의 비용 구조는 같다. 팬이 기기를 사고 공식 연출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최 측이 색상과 점멸을 결정한다. 앱을 쓰든 쓰지 않든 이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해외 손목밴드는 정말 공짜일까?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 투어는 PixMob을 이해하기 좋은 사례다. 관객은 공연장에서 전용 LED 밴드를 받아 차고 무대 연출에 맞춰 빛나는 경험을 한다. PixMob이 제작한 이 투어용 밴드는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7개 LED 제품이다. PixMob은 자체 사례 소개에서 투어 평균 회수율을 86%라고 밝혔다. 2025년 고양종합운동장 공연에서는 회수율 99%가 전광판에 표시됐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두 수치는 집계 범위와 출처가 다르다.

이 방식은 팬에게 손목밴드 값을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대신 장비와 프로그래밍, 현장 인력, 배포와 회수에 드는 돈을 공연 제작비와 티켓 판매, 후원금 등에서 충당한다. 팬이 직접 기기를 사는 방식과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다.
2015년 PixMob 관계자는 관련 장비와 지원을 포함한 비용을 관객 1인당 약 5~10달러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참고 수치일 뿐 현재 모든 공연에 적용되는 요금은 아니다. 특히 소규모 공연에서는 송출기와 기술 인력의 고정비가 크다. 관객 2,000명에 과거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예산을 알 수 없다. 공연장 규모와 연출 수준, 장비 운송, 현장 설치, 수거, 재사용 조건까지 포함한 견적이 필요하다.
국내 공식 응원봉의 수익도 소매가에서 제조원가를 빼는 것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제조사 납품가가 일부 보도됐지만 브랜드 사용료, 유통 수수료, 불량과 재고 부담, 금형비와 개발비, 판매 주체 간 수익 배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이브의 2026년 2분기 MD 및 라이선싱 매출 3,106억원에는 응원봉 말고도 여러 상품과 라이선싱 사업이 들어 있다. 이 수치를 응원봉 시장 규모나 개당 마진으로 환산할 근거는 없다.
두 모델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려면 관객 1인당 실제 비용과 비용 부담 주체를 함께 봐야 한다.
| 질문 | 공식 응원봉 판매형 | 손목밴드 배포형 |
|---|---|---|
| 기기 비용을 누가 먼저 내나 | 주로 팬 | 공연 주최자 또는 후원사 |
| 공연 뒤 누가 소유하나 | 팬 | 대개 회수와 재사용을 전제로 운영 |
| 공연 외 가치 | 아티스트 상징, 수집, 가정 사용 | 모델에 따라 기념품이나 재사용 가능 |
| 공연 기획상의 부담 | 공식 기기 보유율, 세대별 호환성, 페어링 안내 | 물량 확보, 배포, 회수, 현장 운영 |
| 연출의 빈자리 | 기기를 갖고 오지 않은 관객 | 미배포, 미착용, 고장 및 수거 손실 |
판매형에서는 팬이 공연 뒤에도 응원봉을 간직하고 다시 쓴다. 다만 구매하지 않은 관객의 자리에는 조명이 없을 수 있다. 배포형은 관객의 기존 보유율에 덜 의존하는 대신 배포와 회수에 별도의 운영비가 든다. PixMob은 전자 부품은 회수하고 밴드 끈은 관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모듈을 분리하는 방식도 개발했다. 회수 방식은 공연에 따라 다르다.
아티스트와 기획사는 팬덤 규모보다 예상 판매량과 재고 위험을 먼저 본다. 공식 응원봉을 상품으로 출시하려면 제작 수량과 판매 채널, 공연 참석자 중 예상 구매 비율을 먼저 따져야 한다. 팬에게 팔지 않고 현장에서 배포하는 경우에는 조명 장비가 공연 제작비로 들어간다. 결국 같은 관객 수라도 어느 쪽이 경제적인지는 팬의 구매 의사와 공연 횟수에 따라 달라진다.
중소 규모 투어도 배포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관객당 밴드 가격뿐 아니라 송출 장비 임대료, 기술 인력, 운송비, 최소 주문 수량, 분실과 회수 비용을 포함한 총액으로 비교해야 한다. 여러 도시에서 같은 장비와 연출을 반복 사용하면 회당 고정비를 줄일 여지가 있다. 판매형이라면 예상 보유율과 현장 구매 수요를, 배포형이라면 회수율과 재사용 조건을 따져 견적을 받는 것이 출발점이다.
서구 공연장에서도 응원봉 모양의 상품을 판다. 미국 래퍼 Doechii는 2025년 투어에서 악어 모양 라이트스틱을 선보였다. Vulture가 인용한 관객의 SNS 글에는 세전 현장 판매가가 65달러였다고 적혀 있다. 공식 상시 판매가격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PixMob 역시 K팝 공연용 AURA Light Stick을 공급한다.
야외 비지정석 페스티벌에서도 작동했다
적외선 조명은 야외 비지정석 공연에도 쓴다. 2023년 코첼라가 그 사례다. PixMob은 배드 버니와 블랙핑크의 헤드라이너 공연에 앞서 각각 8만 개가 넘는 X3 LED 손목밴드를 관객에게 배포했다. 지정된 좌석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적외선 무빙헤드가 객석을 비추며 조명 패턴을 만들었다.
적외선 방식에서는 관객의 좌석번호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신호가 닿는 공간을 밝힐 수 있다. 넓은 야외 공연장에 적용하려면 송출기 위치, 신호를 가리는 구조물, 낮과 밤의 조명 가시성, 관객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페스티벌의 입장과 결제에 쓰이는 RFID 밴드는 조명용 LED 밴드와 별개의 기기다.
팬이 산 조명을 광고 화면으로 쓴다면
사업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움직임도 있다. 한울반도체는 2025년 말 자회사가 비트로 지분 55%를 약 110억원에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투자 주체까지 합쳐 약 160억원으로 80%를 확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26년 5월에는 비트로 매출이 2024년 409억원, 2025년 333억원이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회사가 내건 매출 목표는 약 500억원이다. 실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

회사는 객석의 응원봉을 하나의 대형 화면처럼 활용하는 스포츠 및 공연 광고 플랫폼도 성장 사업으로 제시했다. 공연 연출에 쓰던 빛을 후원사 로고나 광고 메시지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개 자료에는 실제 도입 공연과 광고 상품의 판매 구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회사가 발표한 사업 계획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사업을 실제로 도입하려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팬이 산 응원봉을 광고 화면의 일부로 사용할 때 관객의 동의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받는가? 광고 수익은 기획사와 공연 주최자와 기술업체에 어떻게 배분되는가?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팬덤 경험을 광고에 활용하는 범위도 합의해야 한다. 공연 연출에 대한 제어 권한과 별개로 상업적 활용의 원칙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팬들이 직접 조명을 제어하는 사례도 있다. PixMob의 적외선 명령을 분석해 개인용 제어 코드를 공개한 프로젝트가 있고 BTS 공식 응원봉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자 제작 라이트쇼를 실행하는 비공식 웹앱도 있다. 일부 기기는 공연장 밖에서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개별 기기의 분석 결과는 전체 제품의 인증이나 암호화 구조를 설명하지 못한다. 공연장 조명 시스템에 무단으로 신호를 보내는 행위도 개인적인 재활용과는 다른 문제다.
무엇을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가?

공연 주최자가 관객 조명을 도입할 때는 제어업체부터 고르기보다 다음 질문을 먼저 정리하는 편이 낫다.
- 관객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공연 후에도 계속 쓰는 아티스트 상품인가, 그날의 경험을 위한 행사 장비인가?
-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팬의 개별 구매인가, 제작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배포인가? 관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도 따져야 한다.
- 어떤 그림이 필요한가? 전체 점등이나 큰 구역별 연출이면 충분한지, 정교하게 움직이는 문자와 도형이 필요한지부터 정해야 한다.
- 좌석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관객이 직접 입력할지, 현장에서 일괄 설정할지, 공간에 신호를 비춰 좌석 정보를 생략할지 판단해야 한다.
- 기기가 없는 관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식 응원봉 보유율을 조사하거나 대여, 현장 배포, 혼합 운영을 검토할 수 있다.
- 공연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앱 지원과 배터리, 펌웨어 호환성, 부품 수거, 재사용, 제3자 광고 활용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아티스트 측에는 수익성만큼 팬 경험도 중요한 문제다. 공식 응원봉을 판다면 공연 밖에서 쓸 가치까지 만들어야 하고 배포형을 택한다면 기기를 갖고 오지 않은 관객도 같은 연출을 즐긴다. 객석에 외부 광고를 표시하려는 경우에는 공연 주최자와 기술업체의 계약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팬덤 경험을 어떻게 지킬지도 논의해야 한다.
관객에게는 좌석 페어링이 필요한지, 자동 제어가 가능한지, 어떤 버전의 응원봉이 지원되는지 알려줘야 한다. 배터리와 앱 업데이트 방법은 해당 공연의 공식 공지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공연장에서 받은 LED 밴드에는 회수 안내가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관객 조명 사업은 누가 기기를 사고 누가 조명을 제어하며 그로부터 생기는 가치를 누가 가져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좌석 등록은 그 과정에서 고르는 여러 운영 방식 중 하나다. 기술의 우열만으로는 공연 경험이나 수익 모델을 설명할 수 없다.